대한민국 영화 <연가시>에서 마이클 베이의 영화 <아마겟돈>을 보다(랄까요?) 웅진이의 생각

연가시 관람(스포 있을 걸요?)



1. 하도 말이 많아서 오랜만에 이체 가서 봤습니다. 역시 주말에 큰 스크린 영화를 혼자 보는 건 짜증납니다.



2. 주인공 가족(주인공이자 피해자들 중 하나인 형, 그리고 동생과 예비 제수씨)의 활약으로 약, 정확하게는 약의 원료가 확보되고, 이 사태에 가담하지 않은 여타 제약회사들에서 약이 생산되기 시작한 순간, 여주인공(제수씨)이 카메라로 시선을 돌리며 기뻐하는 모습, 그리고 그 뒤부터의 내용은 마이클 베이의 <아마겟돈> 결말 부분의 오마주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아마겟돈>이 NASA와 미국 정부 홍보로 끝을 맺는다면, 이 영화는 대한민국 정부, 특히 보건 관련 부서의 홍보용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1 점심을 빙수로 때우길 잘 했지. 



3. 그런데 스포일링을 하자면, 역시 그노무 슈퍼 기생충은 끝내 면역력을 확보해 더 강해진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2탄이 나온다면, 그냥 안 보러가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때 함께 영화 보러 갈 사람이 생기고, 그 사람이 보러가겠다고 하면 따라가겠습니다.



4. "사대강을 까는 영화다"라고 했는데, 영화상에서 언급이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아니면 제 귀가 잘못된 것인지……, 제대로 듣지도 못한데다, 영화 속 뉴스 속보의 자막은 익사체가 발견된 지역을 시-군으로 표시했을 뿐, XX강 등으로 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5. 검색을 해보면 "조아제약 윈다졸의 스펙터클한 1시간 40분짜리 광고"(클릭)라는 글이 있을 정도로 실제 회사와 제품을 고스란히 등장시킨 건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느 스포츠 신문은 거기 높으신 분들이 "흔쾌히 허락"했다고 하는가 하면, 어느 이글루저는 "PPL도 했다더라"고 하더이다. 물론 베네통이 정말 무개념해 보이는 광고를 연발하여 마침내 이원복 교수님이 당신의 시사만화에서도 다루시더니,2 결국 루치아노 베네통 회장의 자서전이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되고, KBS에서 다큐멘터리도 만드는 등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듣보잡 브랜드였다가 엄청 뜬 적이 있죠. 뭐, 이것 또한 아마 거기에 착안한 거겠죠. 하긴 수십 년 전에 미국에서 나온 SF소설인 '스카이라크 시리즈'3를 비롯하여 그 시절의 미국 SF 소설들은 "도대체 무슨 원수를 졌길래?" 싶을 정도로 US스틸4을 마치 악의 축 기업인양 다루었지요.



6. 영화에서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 자기네 회사가 외국의 어느 먹튀 잘하는 기업과 이름이 비슷한 기업5에 넘어가서 병원장들에게 사바사바하는 부서가 커지는 대신, 신약 연구-개발 부서는 아예 공중분해된6 데 앙심을 품고, "이욍 이렇게 된 거 돈이라도 왕창 긁어모으자!"는 생각을 한 연구원들의 장난질에 의해 이 모든 게 시작되었다는 말에7 주인공이 "아니, 고작 돈 때문에!"라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자신도 그 "고작 돈"덕에 아내와 자식들을 살릴 그노무 원다즐을 구하는 게 나오죠.8 아울러 사건의 또 하나의 원인인, 그 변종 연가시가 둥지를 튼 계곡 마을의 이장 영감님도 "한 철 장사로 먹고 사는 마을을 위해" 그 연구원 놈들이 장난칠 때 입을 다물어버렸다는 걸 나중에 실토했고 말이죠. 역시 "그까짓 돈" "그노무 돈"이 아닌 것이죠.



7. 6과 관련해서 함부로 주식 거래에 뛰어들면 패가 망신에 더해, 잘 다니던 직장도 잃을 수 있다는 것이 교훈이라면 교훈입니다.




  1. 특히 이 영화에서 악의 축으로 나오는 조아제약은, 지난 신종 플루 사태 당시 짝퉁 타미플루의 국내 생산을 방해(!)했던 스위스의 제약회사 로슈홀팅이 생각나게 하더군요.
  2. 그 만화 끝에서 등장인물들이 하는 말이 A "아니, 이 만화도 결국 그 회사 광고해준 셈이잖아!" B "온 세상이 그 회사에 놀아나고 있어!" 였죠. 딱 노린 거였고, "계획대로!"였죠.
  3. 1990년대 초반쯤에 '은하전사 렌즈맨 시리즈' 등과 함께 출간된 바 있습니다. 어릴 때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그런 거 읽는다고 아버지에게서 많이 맞았죠. -ㅅ-
  4. 철강왕 엔드루 카네기가 만든, 미국판 포항제철인 셈입니다. 하긴 우리나라에서 포항제철이나 삼성을 악의 세력으로 "실명" 등장시킨 소설이 있다면...-ㅅ-;
  5. 아무래도 외환은행 관련 먹튀 사건을 일으킨 론스타의 이름을 딴, "브론스타"라는 기업이 등장하는데...이쪽은 물론 조아제약과 달리 PPL을 안 해준 것 같습니다만...-ㅅ-
  6. 우째 29만원 장군이 가카가 되자 상국인 미국에 잘 보이기 위해 국방기술연구소의 미사일 연구-개발 파트를 박살내버린 사건이 생각나는군요.
  7. 실은 그 제약회사의 최고경영진도 관계된 일이었음이 나중에 밝혀집니다만...
  8. "아니, 3,000원짜리 약을 100만 원에 팔다니! 그것도 자기 회사 직원에게!"라고 말하는 부장님의 말이 참...하긴 직원할인가가 저 정도였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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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을파소 2012/07/09 23:16 #

    킬링타임용으로 생각하고 보자면 나쁘진 않은데, 클리세가 뻔히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 검투사 2012/07/09 23:33 #

    그래도 후반부 장면은 너무 심했습니다. =_=; 예비 제수씨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참고 있던 소변 보러 나갔습니다.
    돌아와보니 CJ로고 붙은 트럭의 행렬... <아마겟돈> 마지막에 뜬금없이 등장하던 썬더버드가 떠오르던 것이...
  • 2012/07/13 23:0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7/13 23:1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07/14 09:4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costzero 2012/07/16 07:07 #

    야후 웹툰의 데드 오브 데드의 스케일이 좀 축소된 것 같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완결작에 있으니 시간 나시면 한번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신인작가 작품인데 스토EG라고 영화보다 방향과 규모가 더 넓게 설정되어 있는데 그림은 좀 안습입니다.
  • 검투사 2012/07/16 07:19 #

    아, 원작을 찾고 있었는데... 네이버에서는 우째 검색이 안 되는 것이... 0ㅅ0/
  • costzero 2012/07/16 07:22 #

    워낙 비인기 만화라서 연재 초반부터 욕을 많이 먹은 만화입니다.
    그냥 야후웹툰으로 가셔서 완결작 보시면 그냥 데드 오브 데드라고 나옵니다.
    연가시에 대한 설정과 독특한 구성이 흥미롭고 그 이외에는 조악해서 대충 몇편 확인하시고 넘어가셔도 됩니다.
    연구진이 연가시의 특성을 이용하는 부분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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