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적 재능이 뛰어난 그는 박해를 받으면서도 일본의 위쪽 지방에 잠복해 있으면서 선교를 계속해 왔는데, 교황청에 보고해 온 신부의 편지에는 언제나 불굴의 신념이 넘치고 있었다. 어떠한 사정 때문인지 몰라도, 그러했던 사람이 교회를 배반했다는 사실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 <침묵>(홍성사 출간) Page7에서 발췌... -
* "구멍 매달기 고문"이란?
땅바닥에 큰 구멍을 판 뒤, 그 위에 사람을 거꾸로 매달아 놓습니다. 그렇게 하면 피가 머리쪽으로 쏠리면서 잠시 뒤 그 사람의 입과 코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게 되지요. 물론 이 상태로 그대로 놔두면 곧 사망하게 되기 때문에, "고문"의 목적이 "죽이는 것이 아니라 괴롭히는 것"이니만치 귀에 상처를 내어 그곳으로도 피가 흘러나오게 함으로써 기도氣道를 막는 사태는 방지합니다. 하지만 역시 너무 오래 고문을 받으면 사망에 이르는 것 같습니다.
실제 모델이었던 이탈리아 인 신부님은 구멍매달기 고문을 당했는데, 이 소설에서는 "스스로 도리를 깨닫게 하기로 방침을 정하셨다"는 내용에 따라 "평신도들이 구멍매달기 고문을 당하며 신음하는 소리 듣게 하기" 혹은 "화장실과 다를 바 없는 냄새나고 좁은 방에서 지내게 하기" 등으로 괴롭히는 수준의 고문을 당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육체적 고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역시 "심리전", 즉 "심리적 고문"이었죠.
어느 날엔가 로드리고 신부를 데리고 나와 어디론가로 끌고 간 관헌들은 로드리고 신부가 그렇게도 만나고 싶어했던 페레이라 신부와의 만남을 주선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로드리고 신부가 봐야했던 페레이라 신부의 모습은...

이상 소설 <침묵>의 줄거리였습니다.

ps. 이런 생각도 결국 떠나지 않습니다.
가리옷 유다와 같은... 그렇기에 배교를 해놓고도 자신이 "약하기 때문에" 배교할 수 밖에 없었음에 눈물흘리고 반성하는... 그러면서도 또 배교하고 또 반성하는 기치지로, 한때 천주교 신자이기도 했었지만 이젠 아니라는... 아니 "일본이라는 늪에는 천주교라는 나무는 그 뿌리가 내리기는 커녕 썩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또한 "천주교니 개신교니 영국 국교회니... 결국 서로가 서로를 헐뜯을 뿐이며 그 사제들 또한 가식적인 자들이더라"라고 말하는 이노우에, 그리고 "그 분께서 나를 밟으라 하셨다. 그분은 당신께서 우리를 섬기러 오셨기 때문에 (수도복을 비단으로 지어입을 것인가,아니면 무명으로 지어입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들과 완전히 다르시기 때문에) 그래도 된다고 하셨다"라고 말하는... 그리고 자신은 단지 "닭이 울기 전에 예수님을 세 번 배신한 베드로와 같다"고 중얼거리는 로드리고 신부...
기실 이들 때문에 작가인 엔도 슈사쿠 선생 또한 주변의 "종교인들"로부터 많은 고문을 당하셨겠구나 싶습니다. =_=;
(그나마 초판이 나왔을 때가 마침 인터넷 시대가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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